Ⅰ. 서론
2018년 이후 한국 및 글로벌 경기 순환은 지정학적 위험이나 대규모 보건 위험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면서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상승한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감염확산의 여파로 인한 경제성장 및 물가 상승률 전망 오류와 이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정책 대응 실기가 중요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최근에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따른 향후 경로에 대한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점증하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도 <그림 Ⅰ-1>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18년 이후 성장률 전망 오차가 뚜렷이 확대되었는데, 특히 2024년 1분기 GDP 성장률(전기대비 1.3%)이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예측기관들의 컨센서스 전망치(0.6%)를 크게 상회하였다가 2분기에는 역성장(-0.2%)하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이 급변동하는 모습이다.
경제주체들의 기대는 통화정책의 주요 판단지표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 대한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은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마지막 구간(last mile)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2024년 5월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들은 고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이후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는 경우 실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 높아지면서 물가안정목표로의 수렴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한국은행, 2024). 또한 주요국에서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물가안정 달성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핵심 지표로 인식하고 있다(Financial Times, 2023). 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착 정도는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불일치할수록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alck et al., 2021; Esady, 2022; Kwak et al., 2024).
아울러 주요 예측기관들의 경제 및 물가 전망은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자산가격 전망, 위험선호 변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4년 8월 초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맞물려 글로벌 주식시장의 대규모 폭락사태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 특히 주요 예측기관들의 기대 형성에 대한 연구는 향후 금융시장의 흐름을 예상하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전문가 기대 형성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주요국에서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전문가 서베이(Survey of Professional Forecasters)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서베이 데이터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참고할 만한 연구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1)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주요 예측기관들의 경제전망에 대한 서베이 자료를 바탕으로 기대 형성의 주요 요인과 특징에 대해 분석한다. 본 고에서는 Bloomberg를 통해 제공되는 GDP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치를 활용하였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상황을 감안하여 다수의 글로벌 IB들의 예측치를 포함하였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기관 투자자 등의 기대에 내재된 주요 특징에 대해 분석하는 한편, 중앙은행의 전망 발표가 예측기관들의 전망치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본 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Ⅱ장은 전망치의 정형화된 기본 특징(stylized facts)을 분석하고, Ⅲ장은 Ⅱ장에서 나타난 물가 전망의 차별화된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실제 인플레이션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Ⅳ장은 각 기관들의 전망치들이 한국은행의 전망 발표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평가하고 Ⅴ장은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면서 마무리한다.
Ⅱ. 예측기관 전망의 기본 특징 분석
본 장에서는 분석에 사용될 Bloomberg의 서베이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예측기관들의 전망에서 나타나는 기본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전망의 특징에 대해서는 분포, 오차, 상관관계 등을 중심으로 논의하도록 하겠다.
1. 데이터
본 연구의 기초 데이터로는 Bloomberg의 전망 서베이 자료가 사용된다. Bloomberg 사는 매월 국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을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기관들은 달력상 연도를 기준으로 당해 연도부터 2개년도 후까지의 전망치를 제시하게 된다.
2) 2018년 1월 이후 동 서베이에서 성장률 전망을 제시한 기관은 총 60개로, 기관 유형별로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 44개, 비금융 기관 16개로 금융기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국내외 기관 여부에 따라 나누어 보면, 국내와 외국계 기관은 각각 8개와 52개로 외국계 기관이 다수이다. 그리고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제시한 기관은 총 45개로 이 중 금융기관 35개, 비금융 기관 10개이며 국내 기관은 3개, 외국계 기관은 42개이다.
서베이 결과는 기관과 전망 시점의 조합 등을 하나의 식별자(ticker)로 하여 Bloomberg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된다. 이를 통해 기관 전체의 평균이나 중위수 등 요약 통계량이 아닌 개별 기관 수준의 응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베이에 대한 응답 일자가 고정되어 있지는 않은데, 월초보다는 7일경부터 월말까지 전망이 제시된 경우가 대부분(성장률은 96%, 물가 상승률은 97%)이다. 동 서베이는 성격상 자발적인 응답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전망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예컨대, 2개년도 후(Y+2)의 전망도 조사되기는 하지만, 미응답으로 인해 해당 전망치 수(관측치 수)는 다음 연도(Y+1) 전망치 수보다는 훨씬 적다(절반 미만). 분석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많은 수의 응답이 존재하는 당해 연도(Y)와 다음 연도(Y+1)의 전망을 대상으로 하였다.
3)
2. 거시경제 전망의 기본 특징
본 절에서는 기술 통계량을 중심으로 기관별 전망에 나타난 주요 특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망의 분포, 예측력, 전망의 조정 과정 및 기간 간(inter-temporal) 상관관계와 이에 내포된 함의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다.
가. 분포
시점별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의 분포를 살펴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의 편차가 확대되었다는 점이 관측된다. <그림 Ⅱ-1>의 상단과 하단은 2018~2023년의 매 1분기
4) 당시 기관들이 당해 연도
5)(Y)를 대상으로 제시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의 분포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상단의 성장률 전망 분포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관별 전망치의 편차가 커진 점이 눈에 띈다. 2018~2020년 중 1분기 전망치의 횡단면 표준편차는 0.2%p 내외 수준이었는데, 이후 표준편차는 0.3~0.5%p로 확대된 모습을 보인다. 2021년과 2023년에는 중위수 대비 1%p 이상 큰 격차를 나타내는 전망이 제시된 바도 있는데, 이 중 2021년의 경우에는 분포가 평균을 중심으로 수렴하지 않고 평탄화된 모습이 두드러진다. 각 기관의 당해 연도(2021년) 성장률 전망은 모두 2%를 상회하여 코로나19 충격 이후 반등을 예상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인식 차이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의 충격이 발생한 2020년의 경우 실제 성장률(연간 –0.7%, 그림에서 괄호 내 수치)과 각 기관들의 전망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외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데 반해, 분포로 표시된 전망은 1~2월에 제시한 예측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물가 상승률 전망의 경우에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관별 편차가 확대된 모습을 보인다. 1분기 전망치의 횡단면 표준편차는 2018~2020년 중 0.2%p 내외 수준에서 이후 0.3~0.6%p로 확대되어 성장률 전망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았던 2022년의 경우 기관별 전망치가 큰 편차와 함께 평탄화된 분포를 나타내면서 각 기관의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 예측력
지표별로 정확한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망의 예측력이 하락하였다. 당해 연도 전망(1분기 제시 전망치 기준)에 대한 오차 통계량
6)을 산출해 본 결과, 성장률의 평균 절대 오차는 코로나19 충격 발생 당시(평균 절대오차: 2.7%p)가 가장 크고, 물가 상승률 전망의 오차는 2022년(평균 절대오차: 2.4%p)에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는 전 절에 제시된 분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로 생각된다.
한편, 보다 흥미로운 특징으로 기관별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의 예측력 간에 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즉, 특정 기관이 한 지표의 전망에서 우수한 예측력을 가진다고 해서 다른 지표의 전망에서도 강점을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이하의 내용과 같이 각 기관이 매년 1분기에 제시한 지표별 전망 오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 Ⅱ-2>에는 각 기관별 당해 연도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의 평균 절대 오차가 표시되어 있다. <그림 Ⅱ-2>의 왼쪽은 전체 표본 기간을 대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여기에서 기관별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의 평균 절대 오차는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이는 한 지표에 대한 예측력이 높은 기관일수록 다른 지표에 대한 예측력도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을 제외한 경우(오른쪽 그림), 극단치를 배제한 추세선(실선)을 보면 두 평균 절대 오차 사이에 유의한 양의 관계가 더 이상 관측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왼쪽 그림에서 나타난 양(+)의 상관관계는 코로나19 발생이라는 예외적인 상황과 일부 극단치에 의한 결과이므로 기관별 예측력에 체계적인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 전망의 조정
예측기관들의 전망이 조정되는 모습은 기관들이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면서 기대를 형성해 왔음을 시사한다. 기관들이 실적치 등 전망과 관련된 주요 정보에 실질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attentive) 기대를 형성한다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전망치가 사후적인 실제치에 가까워지는 패턴을 나타낼 것이다. 데이터에서 관측되는 결과는 대체로 전술한 가정에 부합하는 형태라고 생각된다.
<그림 Ⅱ-3>은 각 연도에 기관들이 제시한 당해 연도 전망치의 변화 추이를 월별로 나타내고 있다. 상단과 하단의 그림은 각각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의 변화로, 여기에는 각 월의 기관별 전망에서 중위수(실선)와 상ㆍ하단 5% 값(점선)이 실제치(연간 기준, 실선)와 함께 표시되어 있다. 해당 전망치들은 연중 지속적으로 수정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여기에서 한 가지 특징적인 패턴이 발견된다. 즉, 연초 전망의 경우 물가 상승률에 대한 예측오차가 크게 나타나지만, 이후 비교적 정확하게 수정되면서 전망치가 실제치에 근접해 감을 알 수 있다. 하단의 그림을 보면, 물가 상승률의 중위 전망과 상ㆍ하단 값이 연초에는 실제치와 큰 격차를 보였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실제치에 수렴해 가는 형태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기관들이 실제 인플레이션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매월 전망을 조정해 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최근 인플레이션 정보와 무관하게 전망치를 제시했다면, 전망의 중위수와 상ㆍ하단 값이 모두 실제치에 가까워지는 패턴을 관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장률 전망에서도 2022년과 2023년에 유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물가 상승률에 비해 실제치에 수렴하는 모습이 매우 뚜렷하지는 않은데, 이는 몇 가지 현실적인 제약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성장률의 경우, 물가 상승률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는 통계적인 성격과 함께
7) GDP 속보치가 분기별로 발표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실적치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전망을 정도(precision) 높게 수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수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라. 당해와 다음 연도 전망치 간 상관관계
다음으로는 기관들이 동일 시점에 제시한 당해와 다음 연도 전망치 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다. 전망 시계의 쌍으로 보면, 물가 상승률 전망에서는 당해와 다음 연도 전망치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뚜렷하지만, 성장률 전망에서는 그러한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두 지표에 대한 전망치를 형성하는 데 있어 상이한 판단 기준이 적용됨을 시사하는 결과로 생각된다.
<그림 Ⅱ-4>는 전망기관들의 당해(Y)와 다음 연도(Y+1)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원자료 전체)을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은 전망 시점을 연도별로 그룹화하여 해당 연도의 1~12월 중에 각 기관이 제시한 당해 및 다음 연도 전망치의 쌍을 원자료 그대로 표시한 것이다. 왼쪽 그림은 성장률 전망에 해당하는데, 전반적으로 볼 때 두 기간에 대한 전망은 U자형을 띠고 있어 일반화된 관계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2020년을 제외한 기간을 보면, 두 연도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관들이 당해 성장률을 낮게 전망하는 한편, 이후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다음 해 성장률은 높게 전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당시 기관들이 제시한 2020년과 2021년의 전망치가 음(-)의 관계를 보이고, 전체적으로는 당해와 다음 연도 전망이 U자형의 관계를 띠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그림에 표시된 물가 상승률 전망의 경우, 전체적으로 두 기간 전망치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경향이 뚜렷하게 관측된다. 먼저, 특정 연도 내
8)에서 볼 때, 두 기간에 대한 전망치는 당해 연도 성장률 전망이 높을수록 다음 연도의 전망도 높은 경향을 나타낸다. 이는 통상적으로 기관들이 인플레이션에 높은 지속성이 내재된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전망에 반영한다는 점을 함축한다. 만약 기관들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시각을 주로 가지고 있다면, 당해 연도와 다음 연도 전망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상관관계와 함께 연도별 전망치 그룹이 우상향하는 모습도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해당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 각 계열들이 연도별로 군집을 이루면서 우상향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패턴은 당해 연도와 다음 연도의 전망치가 전망 시점별로 각각 같은 방향으로 조정되는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9)
이와 같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이 다른 패턴을 나타내는 데에는 기관들이 일정한 준거 수준(anchor)을 가지고 기대를 형성하는지 여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성장률의 경우 모멘텀이 어느 정도 고려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일정한 잠재 수준(2% 내외)을 감안하여 전망치가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시 다음 연도(2021년)에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 점은 이를 시사하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물가 상승률 전망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당해와 다음 연도의 전망이 양(+)의 관계를 나타내면서 전반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은, 특정 준거 수준보다는 현 상황을 연장하여 기대를 형성하는 데 따른 결과에 가까워 보인다.
Ⅲ. 실제 인플레이션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을 비교할 때, 물가 상승률의 경우 당해와 다음 연도 전망치가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기관들이 인플레이션에 내재된 지속성(inertia)을 의식함으로써 현재 물가 여건에 의존하여 미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데 따른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명확한 결론을 위해서는 단순 상관관계보다 엄밀한 분석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주요 정보변수를 통제한 실증분석을 바탕으로 전술한 함의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 분석방법
본 장의 실증분석은 Banerjee & Mehrotra(2018)
10)를 참조하여 예측기관과 연도별 고정효과를 각각 통제한 회귀분석 모형(식 (1))을 이용한다.
위의 식에서
는
시점의 기관
의 전망치,
는 기관
의 고정효과,
는 전망 당시 연도의 고정효과,
는 정보변수 벡터,
는 계수 벡터,
는 오차항으로 정의된다.
에는 먼저, 관심 변수인 소비자물가의 실적치(소비자물가지수의 연초 대비 변화율)가 포함된다. 동 실적치는 압축적으로 과거의 물가 정보를 반영하는(backward-looking) 변수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이외의 변수들은 주로 파급 및 신호 효과 등을 통해 미래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forward-looking) 지표들로, 기존 실증연구
11)에서 사용되는 국제유가(WTI 3개월 선물) 상승률, 환율(원/달러) 변화율, 정책금리(콜금리)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기간 스프레드(3년 만기 국고채금리-콜금리)와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도 추가적으로 고려하였는데, 동 변수들은 실물 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을 반영한다는 점 등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기간 스프레드의 경우, 경기 선행지표로 기간 스프레드 확대는 향후 실물 경기의 상승을 예측하는 것으로 인식된다(Stock & Watson, 1989; Estrella & Hardouvelis, 1991; Bauer & Mertens, 2018; 이근영, 2013). 그리고 VKOSPI는 금융시장에서 포착된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불확실성의 확대는 내구재 및 투자 지연 등을 유발하여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Bloom, 2009; Husted et al., 2020; 정희철, 2024 등). 따라서 이 두 변수들은 경기의 전개 방향과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정보를 내포할 수 있으므로 전망에서 활용될 수 있다. 단, 이러한 정보변수들은 전망 당시에 이미 공표된 자료이어야 하므로 가용시점을 반영하여 데이터를 구축하였다.
12) 분석 대상 기간은 2018년 1월~2023년 12월로 하되,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례적으로 큰 충격이 발생한 기간(2020년)은 제외하고 분석하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동 분석에서 사용되는 변수들이 기관들의 실제 전망에서 결정요인으로 사용되는 변수들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본 분석의 변수들이 기관들이 활용하는 지표들과 유사한 정보를 포함으로써 설명력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아울러, 본 분석보다 많은 정보지표들을 활용하여 전망치를 산출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동 분석에서 선택된 변수가 관련 연구
13)에서도 과거와 미래에 대한 주요 정보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추정에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 추정 결과
<표 Ⅲ-1>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당해 연도(Y)에 대한 추정 결과에서 첫 번째 행을 보면, 당해 연도 전망치는 물가 상승률 실적치와 유의한 양(+)의 관계를 나타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기관들이 매월 발표되는 소비자물가 정보를 반영하여 당해 연도 전망을 같은 방향으로 수정해 왔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두 번째 결과 열에 제시된 다음 연도(Y+1) 전망치에 대한 계수도 양(+)의 값을 보이면서 전망 당시의 실제 물가 상승률이 높았다면 기관들은 다음 연도까지 높은 상승세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4) 이는 실적치에 영향을 미친 물가의 동인이 지속성을 가지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관들이 인식한 데 따른 결과라고 풀이된다.
반면, 성장률에서는 실적치가 당해 및 다음 연도 전망치 모두 양 (+)의 관계를 나타내는 결과가 관측되지는 않는다. <표 Ⅲ-2>는 실적치를 산업생산지수 증가율로 대체하고, 나머지 변수들은 이전과 동일한 구성으로 추정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당해 연도(Y)에 대한 추정 결과를 보면, 당해 연도 전망치는 산업생산지수 증가율과 유의한 양(+)의 관계를 나타낸다. 반면, 두 번째 열에 제시된 다음 연도(Y+1) 전망치에 대한 계수는 음(-)의 값을 보이면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따라서 산업생산지수에서 포착되는 실적치는 당해 연도에 한정된 전망에만 유의미하게 반영됨을 알 수 있다.
이상의 결과에서 물가 상승률의 실적치가 다음 연도 전망과도 양(+)의 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은, 1년 이상의 중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지표로 확인되는 성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술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제 인플레이션 지표가 하향 안정화되는 경우 다음 연도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도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물가 상승률의 실적치가 다음 연도의 물가 전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거 지향적인(backward-looking) 기대 형성 행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지속성을 가진다는 특징
15)을 고려하면, 기관들의 전망은 실증적인 특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적치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Ⅳ. 한국은행 전망의 영향력 평가
본 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발표가 주요 예측기관들의 국내 경제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미치는 영향을 Diebold & Yilmaz(2009, 2012)가 제안한 파급효과 지수(Spillover Index)를 통해 분석한다. 파급효과 지수의 변화를 분석하여 한국은행 전망치의 파급효과가 어떠한 상황에서 확대 또는 축소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 분석방법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을 포함한 주요 예측기관 전망치의 상호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본 장에서는 Diebold & Yilmaz(2009, 2012)의 파급효과 지수를 사용한다. 당초 파급효과 지수는 금융시장 상호간의 연관성(interconnectedness)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러한 연관성에 대한 분석은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채권시장으로 얼마나 빨리 전파되는지 분석하거나 국경 간 금융시장의 통합 정도나 부동산 시장에서 지역 간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분석 결과 시장 간 연관성이 낮은 시기나 자산군을 찾아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식을 최대한 배제
16)하고 Diebold & Yilmaz(2009, 2012)의 파급효과 지수의 추정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VAR 모형 추정) 분석 대상이 되는 여러 금융시장의 수익률로 구성된 벡터자기회귀(VAR) 모형을 추정한다.
② (예측 오차 계산) 추정된 모형을 사용해 미래 값을 예측하여 실제 값과의 차이, 즉 예측 오차(forecast error)를 계산한다.
③ (분산 분해) 분석 대상이 되는 특정 금융시장의 예측 오차 분산(Forecast Error Variance Decomposition: FEVD)을 각각의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분해한다. 이를 통해 각 시장의 변동성이 자체 요인과 다른 시장으로부터 파급된 요인에 의해 얼마나 설명되는지를 알 수 있다.
④ (파급효과 지수 계산) 분산 분해를 통해 계산된 다른 시장들로부터의 파급영향을 합산한 다음 전체 시장들의 예측 오차 분산의 합으로 나눈 값이 파급효과 지수가 된다. 따라서, 파급효과 지수가 클수록 시장 간 상호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체 파급효과 지수 추정과 더불어 파급효과의 방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즉, 특정 금융시장이 다른 시장으로부터 받는 영향(connectedness from others)과 다른 시장들에 대한 영향(connectedness to others)을 각각 측정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자산수익률 대신에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 예측기관 전망치들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 전망치가 여타 예측기관 전망치에 미치는 파급효과 지수를 측정하고자 한다.
한편, 이러한 파급효과 지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Diebold & Yilmaz(2009, 2012)는 VAR 추정에 사용되는 표본 기간을 이동하여 추정(rolling regression)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금융시장 변수의 경우 일별 데이터를 사용하여 추정하므로 200일 또는 300일 정도의 표본기간을 이동시켜 추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반면, 본 장에서는 2018년 이후 월별 전망치를 사용하므로 표본 구간을 이동하여 회귀분석을 하는 경우 추정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질 뿐만 아니라 파급효과 지수의 변동 추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Gabauer & Gupta(2018)를 바탕으로 시변 파라미터(time-varying parameter) VAR 모형 추정을 통해 매 시점마다 변화하는 VAR 추정계수를 이용하여 파급효과 지수의 시변성을 추정하였다.
VAR 추정을 위해 사용된 데이터는 Bloomberg에 제출된 각 예측기관들의 당해 연도 전망치와 컨센서스 전망치(각 기관별 전망치의 중위값)의 차이를 사용하였다. 당해 연도 전망치는 경제적 충격 여부와 무관하게 매해 1월에는 기저 효과로 인해 조정된다. 특히, 표본 기간인 2018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는 <그림 Ⅳ-1>에서 나타나듯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경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이러한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본 장에서는 전망치를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컨센서스와의 차이를 관측변수로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변환을 통해 비정상성(non-stationarity)을 제거하였다. 한편, VAR 모형 추정을 위해서는 예측기관들의 전망치가 누락 없이 제공되어야 하므로 Ⅱ장 및 Ⅲ장의 분석과 달리 한국은행 및 18개 예측기관
17)으로 분석 대상을 한정하였다. 또한, VAR 모형 추정에 사용된 변수의 시차는 여러 정보기준(information criteria)에 따라 3으로 설정하였으며 전망 기간은 12개월로 하였다.
2. 실증분석 결과
한국은행의 경제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이 타 기관 전망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는 <그림 Ⅳ-2> 및 <그림 Ⅳ-3>에 정리되어 있다. 우선 <그림 Ⅳ-2>에 나타난 한국은행 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영향은 대체로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등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확대로 2018년 11월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전 한국은행의 경제성장 전망치의 영향력이 점증하다가 미중 무역분쟁 확대로 2019년 6월 금리를 인하했을 때 영향력이 표본 기간 중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 감염확산 기간 중 경제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면서 한국은행 경제전망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파급효과 지수는 하향 안정화되었다. 이러한 점은 Baker et al.(2016)의 한국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index)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 Ⅳ-1>에 나타나듯 이미 2020년 중반 이후 역성장 전망이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기준금리(2020년 5월말 0.5%)가 실효 하한(effective lower bound)에 근접한 것으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크게 축소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전망의 파급효과 지수가 다시 반등한 것은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낮게 유지되던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2021년 8월이다. 이후 금리인상이 2023년 1월 중단되고 동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영향력이 하락하였다. 2023년 9월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중단된 가운데 내수 및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한은의 경제전망에 대한 관심이 재차 확대되었다. 이후 2024년 6월까지 미 연준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원달러 환율 부담 및 가계부채 상승 우려로 금리인하 논의가 지연됨에 따라 영향력이 다시 축소되는 모습이다.
한편, <그림 Ⅳ-3>에 나타난 한국은행의 물가 상승률 전망 파급효과 지수는 GDP 성장률 전망에 비해 등락이 크지 않은 가운데 대체로 2021년 7월 이후 뚜렷하게 우상향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점은 최근 금리인상 및 향후 기조변화 과정에서 물가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정책의지가 뚜렷하게 강조되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에 대한 영향력이 점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추세가 우상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세 대비 등락을 살펴보면 GDP 성장률 파급효과 지수의 변동과 유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즉, 2021년 7월 이후 추세 대비 가파르게 상승하였다가 2023년 1월 이후 하락하였고, 2024년 들어 다시 추세 대비 크게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반적인 물가안정에 대한 관심 확대에도 불구하고 순환적으로는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에 따라 영향력이 등락하는 것을 반영한다.
종합적으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민간의 경제예측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은 중앙은행의 경제 예측력에 대한 평가나 민간에 대한 정보 우위와 별도로 중앙은행의 경제전망이 통화정책의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Hubert, 2015).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통화당국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금리 수준이나 정책적 선호, 특히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처럼 상황에 따라 상충할 수 있는 정책목표 간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다.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하락하는 가운데 성장률이 대체로 2%대의 추세 성장률을 중심으로 형성됨에 따라 평소에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 대한 관심이 하락하였다가 통화정책의 기조전환이 이뤄지는 변곡점에서 중앙은행의 경제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전망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Ⅴ.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코로나19 감염확산 이후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경제 성장률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었으나, 주요 예측기관의 전망치는 실물경제 지표 발표나 관련 정보를 합리적으로 반영하여 조정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각 기관들의 지표별 전망 오차는 대체로 독립적인 경향을 보이면서, 한 지표에 대한 예측력의 강점이 다른 지표에 대한 강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전망기관 간 불일치(disagreement)가 크게 확대되었는데, 이는 한국 경제의 소규모 개방경제적 특성을 반영하여 기관별 대외 전제치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일례로 일부 외국계 기관이 2023년 중 국내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는데 당시 이러한 전망의 주요 근거는 해당 기관의 글로벌 경제전망에서 비롯되었다. 즉, 2022년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해당 기관은 글로벌 경제가 2023년 중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당시 컨센서스와 크게 상이한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국내 경제에 대한 전망 불일치의 확대는 코로나19 감염확산 이후 물가상승, 지정학적 위험 확대 및 고강도 통화긴축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측기관별 전제치와 전망치 정보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경우 전망 불일치에 대한 이러한 가설 확인을 비롯하여 심도 깊은 추가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후속 연구를 통해 추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당해 및 다음 연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변수들을 통제한 상황에서 실적치와 양(+)의 상관관계가 온존하다는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기관들이 인플레이션을 전망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준거 수준보다는 지속성을 크게 의식하고 있음을 함축한다. 즉, 성장률에 대해 잠재성장률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추세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될 경우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차단하기 위해 단호한 통화정책 기조가 요구되는 한편, 인플레이션 추세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과 같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세가 데이터로 확인되었다면 기대 인플레이션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단기뿐만 아니라 1년 이상의 중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도 실제 지표와 동일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의 전망은 정확도와는 별도로 통화정책의 전환기에 주요 예측기관들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의 전환기는 경기순환의 변곡점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경기 변곡점에는 경제지표들의 방향성이 서로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정책 전환의 적기와 적정 속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수반된다. 이러한 시기에 주요 예측기관들은 한국은행의 전망을 통해 통화당국의 선호나 정책 전략에 대한 신호를 적극적으로 탐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통화정책 전환기에 중앙은행의 전망작업 정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히 하여 시장이 금리인하에 대한 과잉 기대를 갖고 지나치게 앞서 나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23년 12월 이후 연준은 후행적 데이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전망에 근거한 정책 지침을 제공하지 못함에 따라 시장의 금리예상이 급변하는 등 통화당국 스스로가 불확실성 확대에 일정 부분 기여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사전적 안내(forward guidance) 제시와 맞물려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또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전망에 근거하여 발표할 경우 시장참가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1) 최근 연구 중 Falck et al.(2021)은 미국 필라델피아 연준의 전문가 서베이를 이용하여 기대 인플레이션의 불일치가 통화정책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으며 Bauer et al.(2024)는 Blue Chip Survey Data를 통해 주요 예측기관들이 생각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준칙을 추정하였다. 한편, Andrade & Bihan(2013) 및 Glas & Heinisch(2023)은 ECB의 Survey of Professional Forecasters를 통해 예측치들의 이질성(heterogeneity) 및 정보처리의 경직성(information rigidity)에 따른 체계적 오류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는 한편, 전망치들이 어떤 정보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를 탐구한다. 국내 연구로는 손욱·김영주(2008)가 2001~2007년 기간의 주요 기관별 성장률 전망치 예측력을 비교하였으며, 최근 연구로 Kwak et al.(2024)은 Falck et al.(2021)의 연구를 바탕으로 기대 인플레이션 불일치와 통화정책 파급효과의 관계를 한국 데이터로 실증분석하였다.
2) 예컨대, 2022년 중에는 2022ㆍ2023ㆍ2024년에 대한 전망치를 제시한다.
3) 참고로 당해 연도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개월 이상 연속으로 제시한 기관들을 기준으로 본 관측치 수는 각각 1,441개 및 1,353개이며 이 중 전망을 조정한 비율은 각각 49% 및 70%이다. 2개월 이상 연속으로 다음 연도 전망을 제시한 기관들의 관측치수는 성장률의 경우 1,353개(조정 비율 50%),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1,046개(조정 비율 61%)이다.
4) 분기 자료로는 1~3월 전망의 평균을 사용하였다. 기관에 따라 당해 연도 전망치를 다소 늦게 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3월까지의 평균을 이용함으로써 보다 많은 전망치를 포함하여 분포를 산출할 수 있다.
5) 다음 연도(Y+1)에 대한 전망치 분포는 <부록 1>에 수록하였다.
6) 예측 오차와 관련된 통계량과 설명은 <부록 2>에 수록하였다.
7) 2000년 1분기~2023년 4분기 중 전분기 대비 성장률(계절 조정)의 표준편차는 0.98%p로 소비자물가 상승률(표준편차: 0.57%p)의 2배에 가까운 변동성을 나타낸다. 2010년 이후로 비교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8) 예컨대, <그림 Ⅱ-4>에서 별표(*)로 표시된 2022년에 초점을 맞추어 2022년과 2023년 대상 전망치의 관계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
9) 2022년의 예를 들면, 당해 연도(2022년 대상) 전망치가 2021년의 당해 연도(2021년 대상) 전망치보다 상향되었는데, 2022년의 다음 연도(2023년 대상) 전망치도 2021년의 다음 연도(2022년 대상) 전망치보다 전반적으로 상향되었다.
10) Banerjee & Mehrotra(2018)는 43개 국가에 대한 예측기관별 전망 자료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포괄 범위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11) Binder(2018), Banerjee & Mehrotra(2018), 김상훈 외 등(2022) 등이 있다.
12) 전망 시점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는 직전월까지의 실적치, 산업생산지수는 2개월 전까지의 실적치에 해당한다. 그리고 WTI 3개월 선물가격, 환율, VKOSPI, 금리 자료(콜금리 및 기간 스프레드)는 직전 월의 값이다. 전술한 지표들은 전망 시점 직전(월 기준)에 발표된 자료에 해당한다.
13) 예컨대, Banerjee & Mehrotra(2018)는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 전망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는데 여기에서는 물가 실적치, 환율 등 4개의 거시변수만을 포함하여 분석한 바 있다.
14) 보고서에 결과를 수록하지는 않았지만, 대외변수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을 추가하는 경우, 월별 고정 효과를 통제하는 경우 등에서도 소비자물가 실적치는 당해 및 다음 연도 전망에 대해 모두 양(+)의 부호를 나타낸다.
15) 2000~2017년 기간 중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말대비)의 시차 상관계수(1년)는 0.66으로 산출된다. 이는 성장률의 시차 상관계수(–0.03)와 비교할 때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16) 구체적인 도출 과정은 <부록 3>을 참고하기 바란다.
17) 외국계 16개 기관(Credit Agricole, JP Morgan, Nomura, Standard Chartered, UBS, Deutsche Bank,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Barclays, Capital Economics, Goldman Sachs, HSBC, ING, Citi, Morgan Stanley, Societe Generale) 및 국내사 2개 기관(하이투자증권, 메리츠 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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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1. 다음 연도 대상 전망치 분포
2. 예측 오차
<부록 표 1>의 상단은 <그림 Ⅱ-1>의 원자료로 산출한 당해 연도 대상 전망의 오차 통계량, 하단은 다음 연도 대상 전망의 오차 통계량를 나타내고 있다. 상단 좌측에 있는 성장률의 오차 통계량을 보면, 평균 절대 오차는 코로나19 충격 발생 당시(2.7%p)가 가장 크고, 이듬해인 2021년(1.0%p)이 다음으로 큰 것으로 나타난다. 물가 상승률 전망의 오차는 2022년(2.4%p)과 2021년(1.4%p)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2022년의 경우 실제 소비자물가가 5.2% 상승하면서 <그림 Ⅱ-1>에 표시된 기관별 전망치의 상단인 4.2%를 크게 상회하였다. 앞서 살펴본 기관별 전망의 분포와 이러한 격차를 함께 고려할 때, 당시 물가 여건에 이례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단에 제시된 다음 연도 대상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의 오차 통계량도 대체로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 다만, 전망 시계가 길어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예측력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생각된다.
3. Diebold & Yilmaz 파급효과 지수
Diebold-Yilmaz의 파급효과 지수는 추정된 VAR 모형으로부터 예측오차 분산분해를 통해 특정 변수의 변동성이 다른 변수로부터 얼마나 영향 받는지를 계산하여 파급효과를 측정한다. 상호연계성을 분석하고자 하는
개의 시계열 변수들로 구성된 벡터
에 대해 다음과 같은 VAR 모형이 제시된다고 하자.
이를 이동평균(moving average) 표현으로 전환하면
이 된다. 이때 변수
의
기 예측오차 분산 중 변수
가 기여하는 부분(cross variance)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는
번째 단위벡터,
는
의 분산·공분산 행렬이다. 따라서 특정 변수
(본문에서는 한국은행 전망치)가 다른 변수(다른 예측기관 전망치)에게 미치는 변동성(connectedness to others)의 비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한편, 시변 파라미터 VAR 모형에서는 계수 및 분산 행렬이 시변(즉,
)하므로 예측오차 및 파급효과 지수 또한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