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MI 자본시장연구원
최신보고서
거시금융
총 54 건
- 포스트 LIBOR 시대의 글로벌 지표금리 체제와 국내 시사점 [25-02]
- 선임연구위원 백인석 외 / 2025. 04. 03
- 지표금리(benchmark rate, reference rate)는 이자율 파생거래, 변동금리부 채권(Floating Rate Note: FRN) 및 대출 등 다양한 금융거래의 손익을 결정하는 준거금리로서 금융시장의 작동과 경제주체의 자금조달 및 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EURIBOR(Euro Interbank Offered Rate), TIBOR(Tokyo Interbank Offered Rate) 등을 중심으로 한 IBOR(Interbank Offered Rate)를 핵심 지표금리로 사용해 왔다.
2012년에 LIBOR, EURIBOR, TIBOR 등 주요 IBOR 금리 조작이 밝혀짐에 따라 글로벌 규제당국은 금융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표금리 체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미국, 영국, 스위스, 유로지역, 일본 등 주요국은 지표금리 개혁을 완료하였으며, 여타 국가들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지표금리 개혁을 통해 글로벌 지표금리 체제는 기존 IBOR 일변도에서 신규 지표금리인 무위험 지표금리(near Risk-Free Reference rate: RFR)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변화에 부응하여 기존 지표금리인 CD 수익률의 산출 방법을 개선하고, 국고채 및 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익일물 RP 거래 금리인 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를 RFR로 선정하였다. 2023년에는 「지표금리ㆍ단기금융시장 협의회」를 결성하였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KOFR 적용 확대를 핵심 방향으로 지표금리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지표금리 개혁의 실효성 제고와 국제정합성 확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 및 금융당국의 글로벌 지표금리 개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보고서는 글로벌 지표금리 개혁의 배경과 주요국의 추진 경과를 살펴보고, 국내 시사점을 모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지표금리와 관련된 경제활동을 ‘지표금리의 산출’과 ‘금융거래에 대한 지표금리의 적용’으로 구분하여 논의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LIBOR(IBOR) 체제의 특징과 한계를 조망하고, 주요국의 지표금리 개혁을 분석하였다.
LIBOR를 비롯한 IBOR 체제의 특징을 지표금리의 산출과 활용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IBOR는 실거래가 아닌 패널은행들이 임의로 판단하여 제출한 전문가 판단(추정치)을 바탕으로 산출되었다. 둘째, 금융거래별로 거래 목적이 상이하여 적합한 지표금리가 다를 수 있음에도, IBOR 체제에서는 지표금리의 적합성이 고려되지 못한 채 유동성 외부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IBOR가 다양한 금융거래의 지표금리로 활용되었다.
이로 인해 IBOR 체제에서는 실거래가 부족한 IBOR가 전체 금융시장을 지탱하는 역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동 구조의 대부분은 대출 및 채권과 같은 현물거래가 아닌 이자율 파생거래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IBOR의 신뢰도, 효율성, 강건성이 훼손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과 경제주체에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
이에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 FSB)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당국은 IBOR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글로벌 지표금리 개혁의 핵심 원칙과 방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지표금리의 산출 측면에서, 지표금리가 전문가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실거래에 기반하여 산출되어야 한다는 ‘실거래 기반 원칙’이다. 두 번째는 지표금리의 활용 측면에서, 금융거래에 대한 적합도를 반영하여 IBOR와 같은 특정 지표금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방지하고자 도입된 ‘복수 지표금리 체제 원칙’이다.
글로벌 금융당국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기존 IBOR 산출 방법을 개선하여 금리 산출을 위한 실거래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실거래가 충분히 보장되는 RFR을 신규 지표금리로 도입하였다. IBOR가 은행의 무담보 자금조달 비용 위험을 반영하는 반면, RFR은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이 배제된 무위험 시장금리를 포착한다.
지표금리의 활용 측면에서는 금융거래에 대한 지표금리의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자율 파생거래의 표준(standard, dominant) 준거금리를 IBOR에서 RFR로 전환하되, 대출 및 채권 등 현물거래의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필요에 따라 IBOR를 계속 적용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글로벌 금융당국은 이자율 파생거래에 대한 RFR 적용을 지표금리 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였는데, 이는 이자율 파생거래가 IBOR 체제의 역피라미드 구조 대부분을 차지하고, 거래의 주요 목적이 무위험 시장금리 변동 위험의 관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이다.
주요국은 이와 같이 복수지표 체제 원칙에 따라 지표금리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LIBOR 산출중단이 결정되면서 국가별로 지표금리 체제가 분화되는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미국, 영국, 스위스에서는 IBOR로 사용되던 LIBOR 산출이 중단됨에 따라, RFR(미국 SOFR, 영국 SONIA, 스위스 SARON)을 이자율 파생거래뿐만 아니라 LIBOR를 적용하던 모든 금융거래에 사용하는 RFR 단일 지표금리 체제가 형성되었다. 반면 유로지역과 일본은 각각 자체 IBOR인 EURIBOR와 TIBOR를 유지하면서 RFR(유로지역 €STR, 일본 TONA)과 IBOR를 병행하는 복수지표 체제를 채택하였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이 RFR 단일체제를 채택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RFR의 역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었다. 주요국의 지표금리 개혁 경과는 다음과 같다. 미국, 영국, 스위스는 파생 및 현물거래 전반에 걸쳐 RFR이 LIBOR를 성공적으로 대체하였다. TIBOR를 유지하는 일본은 RFR이 대출을 제외한 금융거래의 표준 준거금리로 정착하였다. 유로지역에서도 파생거래에 대한 RFR 적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채권시장도 유의미한 수준에서 RFR을 준거금리로 사용하고 있다.
포스트 LIBOR(IBOR) 시대의 주요 금융거래별 지표금리 적용 현황은 다음과 같다. 이자율 파생거래는 유동성 외부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RFR 적용이 지체되었는데, 글로벌 금융당국은 ‘RFR First Initiative’ 등의 공적 조치를 도입하여 RFR 사용을 독려하였다. 채권(FRN)의 경우, 익일물 금리인 RFR을 준거금리로 사용하면 IBOR 연계 채권보다 이자가 늦게 결정되는 특성이 있어 RFR 적용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 달리 금융시장이 높은 수용성을 보이며 RFR이 조기에 신규 발행 채권의 표준 준거금리로 정착하였다.
대출에 대한 지표금리 적용은 IBOR 유지 여부, 법제도(소비자 보호 및 공정거래 관련 법제), 차입자 선호 등 지역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IBOR가 유지되고 있는 유로지역과 일본은 EURIBOR와 TIBOR가 대출의 핵심 준거금리로 계속 적용되고 있는 반면, 미국, 영국, 스위스에서는 LIBOR 대출이 RFR 대출로 전환되었다.
대출에 은행의 신용위험이 반영되지 않은 RFR을 준거금리로 사용할 경우, 은행은 기존 IBOR 대출에서는 차입자에게 이전할 수 있었던 자산-부채 간 베이시스 위험(basis risk)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부 은행과 학계는 RFR 단일 지표금리 체제에서는 IBOR 대출이 가능한 경우보다 은행의 신용 창출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경제주체의 차입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영국과 스위스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경우 중소 은행과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반영된 대체 지표금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민간이 주도하여 은행의 신용위험이 반영된 CSR(Credit Sensitive Rate)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FSB, IOSCO 및 미국 금융당국은 CSR이 은행의 신용위험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LIBOR와 마찬가지로 기초거래가 부진하여 지표금리에 대한 글로벌 표준인 IOSCO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LIBOR와 동일한 잠재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주요국이 1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지표금리 체제를 개선한 점을 고려할 때, RFR 중심의 글로벌 지표금리 생태계 형성은 비가역적 추세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개별 국가의 IBOR가 자국 내 금융거래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용되는 경우, 해당 IBOR의 신뢰도, 효율성, 강건성에 대한 국제적 요구 수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IBOR인 CD 수익률이 이자율 스왑 거래를 중심으로 다양한 금융거래에 적용되고 있어, 금융시장의 CD 수익률에 대한 의존이 과도한 상태이다. CD 수익률은 산출 방법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거래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자율 파생거래를 시작으로 CD 수익률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 금융기관들의 국내 CD 수익률 기반 이자율 스왑 거래가 상당한 규모에 달하는 만큼 국제정합성 제고를 위해 이자율 스왑 거래의 준거금리를 KOFR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CD 스왑 거래를 대출, 채권 등 현물거래와 관련한 CD 수익률 변동 위험 관리 목적으로 재편하거나, 전체 이자율 스왑 거래의 준거금리를 KOFR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현물거래의 경우, 지표금리의 적합도를 제고하고 지표 사용자에게 경제적 효익이 기대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KOFR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채권은 사후 이자 결정(set in arrears) 방식의 KOFR를 준거금리로 사용하면 투자자와 발행자 모두에게 잠재적 효익이 있으므로, 시장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대출 준거금리에 은행의 무담보 자금조달 위험이 반영되어 있어 은행이 관리해야 할 자금조달 비용 위험이 체계적으로 소매차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금융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CD 수익률과 같은 IBOR 연계 대출은 차입자가 은행으로부터 이전받은 차입 금리 상승 위험을 관리할 수 있고, 감내할 수 있을 때만 유용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일부 소매차입자에 대해서는 KOFR를 대출의 준거금리로 적용하여, 은행이 자금조달 위험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은행과 차입자 간 위험 배분 구조를 개선하고, 취약차입자의 자금조달을 지원할 수 있는 지표금리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 지표금리 개혁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KOFR 및 KOFR 기초시장인 RP 시장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KOFR는 기술적 요인 등에 의해 유발되는 비본질적 변동성이 작지 않다. 향후 KOFR 금리 변동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겠으나, 금융기관의 자금 수요와 무관한 변동성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OFR 적용이 확산될수록 RP 시장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시장의 강건성과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RP 거래의 중앙청산(Central Counterparty: CCP) 도입을 포함한 제도적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RP 시장참여자와 인프라 기관 또한 RP 시장의 위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가올 KOFR 시대에는 RP 시장이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RP 시장의 효율적 작동과 금리 안정성 제고를 위한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download
- 고령화와 가계 자산 및 소비 (Ⅱ): 고령가구의 소비와 자산 적정성 [25-03]
- 연구위원 김민기 외 / 2025. 02. 10
-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고령층은 은퇴 후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노후자산을 활용해 줄어든 소득을 충당한다. 근로 시기에는 저축을 하고 노년기에는 축적된 자산을 소진하며 생애 전반에 걸친 부의 한계효용을 평탄화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경우 예상과 달리 자산을 충분히 소진하지 않고, 오히려 일을 지속하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현상은 고령가구의 자산 부족,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장수 위험 증가, 노후소득을 창출하기 어려운 가계 자산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에 본 고에서는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소비와 자산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고령층의 삶의 질 제고와 국내 가계 자산의 효율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정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고령가구의 소비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가구지출함수를 통해 추정된 적정소비를 고령가구의 실제 소비지출 규모와 비교한 결과, 고령가구는 소비를 상당히 축소하고 있었으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주거비, 식료품비 등 필수재와 의료비를 제외한 모든 유형의 소비가 줄어든다. 소비를 축소하는 경향은 고령층의 소득과 보유한 자산규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특히 연금소득, 사적이전소득,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소비를 비교적 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적정소비와 소득 수준을 비교한 결과, 고령가구가 소비를 어느 정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음으로 고령가구의 자산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자산규모는 증가했으나 여전히 가구 간 격차가 존재하며, 순자산 하위 가구에서는 소비를 충당할 자산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대부분의 고령가구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특히 거주자산에 편중되어 있으며, 금융자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로 평가된다. 게다가 금융자산 대부분이 연금자산이 아닌 예적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금과 같은 유용한 노후소득원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고령가구가 보유한 모든 자산의 연금화 가치를 추정한 결과, 중위 가구를 기준으로 적정소비 수준의 1~2배 정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가구가 보유한 실물자산의 유동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고령가구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주택연금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주택연금의 가입률이 낮은 이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가입자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함으로써 더 많은 고령가구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령가구의 금융자산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고령층은 대체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투자상품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디지털 금융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과 서비스 질의 향상을 통해 현재 금융투자사가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청년과 중년 세대가 충분한 퇴직자산을 축적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연금, ISA 등 중장기 자산형성 상품의 인센티브를 강화해 근로 세대가 노후자산을 충분히 축적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근로 연령층의 퇴직연금 자산 운용을 효율화하는 정책 개선이 필수적하다. 이를 통해 향후 고령화가 가속화되더라도 자본시장 내 안정적인 장기자본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효과적인 배분을 통해 자본의 한계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download
- 고령화와 가계 자산 및 소비 (Ⅰ): 고령화가 가계 자산구조에 미치는 영향 [25-02]
- 연구위원 정희철 외 / 2025. 02. 10
- 우리나라의 미래는 근로 연령층 1명이 65세 이상 고령층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인구구조 고령화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계의 자산 보유규모 및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전적인 이론을 그대로 따르면 고령가구는 자산을 빠르게 소진한다. 그러나 다른나라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고령가구도 자산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관찰된다.
특정 시점에서의 연령 그룹별 비교는 연령효과와 세대효과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문헌이 제시하는 실증분석 모형을 차용해 가계 자산보유에 대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를 추정하였다. 그 결과 가계는 75세가 넘어도 총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시점 대비 87% 수준까지 보유할 정도로 자산소진에 소극적이었다. 우리나라 가계의 강력한 부동산 보유 성향은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까지 자산소진을 늦추고 있다. 이와 달리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는 60세부터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연령효과는 가계의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자본시장의 진화가 계속되어 시장의 토대가 튼튼해지고 신뢰가 강해진다면, 새로운 세대들의 자본시장 참여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양(+)의 세대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즉, 2007~2021년의 자본시장자산 보유 패턴이 유지된다면, 새로운 세대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그동안 급속도로 진행된 공모펀드시장의 붕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정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 그리고 미래 가구주 연령대별 가구수 추계치 등을 이용하여 미래 가계의 자산 보유규모를 전망한 결과, 총자산, 순자산, 부동산, 총금융자산 등은 증가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는 2034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의 자본시장 참여율은 30대 초반을 정점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참여자의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는 나이가 들어도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따라서 가계의 자본시장자산 보유규모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전연령대에서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를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주식시장의 위험 프리미엄 창출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주주중심 기업 문화 정착, 기업 지배구조 개선, 혁신산업 성장 등 힘들고 지난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위험한 단기 모멘텀 투자에 몰두하는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시장대표지수에 투자하는 문화 정착도 필요하다. 연금저축계좌, ISA 등 세제혜택계좌의 가입동기를 대폭 확대해 젊은 세대의 가입을 유도함과 동시에 연금소득 방식의 인출을 통해 고령자들도 계좌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가계가 오랫동안 자본시장에 참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증권회사 및 자산운용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이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download
- 전자거래 확산에 따른 글로벌 외환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시사점 [24-04]
- 연구위원 김한수 외 / 2024. 12. 26
- 글로벌 외환시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시장으로 전통적으로 대형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담당하면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전자거래 기술 도입 등 외환거래 인프라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장하부구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 은행간시장의 외환거래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은행들은 대고객거래간 상호 네팅이나 본‧지점간 거래 확대를 통해 외환포지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대고객 거래의 결과 발생한 포지션 청산 목적의 연쇄적인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둘째, 외환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주체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비은행 주체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서비스를 활용한 은행간시장 참여 확대, 알고리즘 기반 외환거래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자기거래전문회사(Principal Trading Firm)의 참여 등이 주된 요인이다. 셋째, 전자거래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대고객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형 딜러은행의 자사 전용 대고객 전자거래시스템 및 다수의 유동성 공급자가 동시에 호가를 제공하는 전자거래시스템 등을 통한 거래 방식이 대고객시장에 활용되면서 시장의 양적 및 질적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넷째, 전자거래시스템 확산과 더불어 알고리즘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 등은 거래비용 절감 및 시장영향 최소화 등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는 거래 자동화를 통한 후선업무 관련 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시장참가자 다변화에 따른 가격경쟁 확대, 거래플랫폼 다각화 및 알고리즘 거래 확대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 등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외환시장 정보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과 시장 유동성 추정, 가격정보의 대표성 등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외환시장 개방이나 시장하부구조의 개선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우리나라는 글로벌 외환시장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외환시장의 전자거래시스템 구축과 활용 면에서 글로벌 외환시장 대비 대략 20년 이상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최근 대고객 전자거래 허용 등 시장하부구조의 개선과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외환시장의 개방 확대 조치 등을 통해 외환시장 선진화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우리 외환시장과 글로벌 외환시장과의 발전 격차를 좁히는 계기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역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 및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글로벌 대고객 업무가 국내 은행간 거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재 시행 중인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에 대한 신용보강과 거래시간 연장 등과 더불어 추가적인 외국 금융기관의 요구사항에 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역외시장 개방에 따른 야간업무 수행 부담 경감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 새벽 2시까지 국내 시장에서의 거래를 이어가는 특수한 형태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안이 되기 어려우므로 국내 은행들도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연계를 통한 거래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통해 딜러들의 야간업무를 전자적으로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 및 관련 금융기관들도 전자거래시스템 발전에 따른 이점을 고려하여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외환부문 PB 서비스 확대를 통한 유동성 공급기능 확대를 유도하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은행간시장의 거래량이 정체되고 있는 국내의 상황에 비춰볼 때, PB 서비스를 통한 유동성 공급원의 시장참가자 다각화는 국내 외환시장 공급구조는 물론 시장의 폭과 깊이를 넓혀 나가는 긍정적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RFI의 시장참여 확대가 가시화된 이후에는 국내 대고객 전자거래시스템의 범용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인프라 구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시장개방 이후의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일반적인 MBP(Multi Bank Platform)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외환부문 도·소매 거래를 포괄하는 복합적인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다섯째, 궁극적으로는 국제적 관행과 일치하는 방향의 24시간 원화거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번 시장개방 조치가 국내 외환시장 거래규모 확대, 전자거래시스템 정착 및 시장효율성 제고 등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 이후에는 우리나라 원화도 글로벌 외환시장을 통한 24시간 거래 체계에 합류함으로써 진정한 국제통화로서 원화의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downl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