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검토배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약 15년간 우리나라 거주자들의 해외주식 및 채권에 대한 해외증권투자(overseas portfolio investment)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2010년 초반경 1,000억달러에 불과하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2023년 말에는 8,573억달러를 기록하여 약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 증권에 투자하고 있는 규모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가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것은 그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따른 외화유동성 증가와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한 경제주체들의 해외증권투자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금리의 하락에 따른 내외금리차의 축소,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진한 국내 주식시장 등이 주요인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와 투자수익률 제고 요구가 잉여 외화유동성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해외증권에 대한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증권투자 증가는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의 해외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 에 대한 보유 증가와 이를 통한 이자 및 배당 소득의 확대를 가져옴으로써 대외부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경제주체들의 투자수익률 제고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해외증권투자가 급속히 늘어난 일본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해외금융자산으로부터의 이자 및 배당 소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해외금융자산의 축적은 한 나라가 일시적인 외화유동성 부족에 직면하는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환수요가 발생하므로 환율상승 압력 등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미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환율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환율 및 물가의 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환헤지 전략 및 관행에 따라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이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유의하여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해외증권투자 현황과 특징을 살펴본 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현물환시장과 외환스왑시장으로 구분하여 계량적으로 분석하였다.
본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Ⅱ장에서 우리나라 해외증권투자 현황과 특징을 투자 형태별 및 주체별로 자세히 살펴보고 주요 특징을 요약하였다. 제Ⅲ장에서는 해외증권투자 증가가 현물환율은 물론 외화자금시장 가격인 스왑레이트(swap rate)로 구분하여 분석함으로써 외환시장 영향을 분석하였다. 제IV장에서는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Ⅱ. 해외증권투자 현황 및 특징
여기서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현황을 개괄적으로 살펴본 후 해외증권투자 확대의 주요 요인을 살펴보았다. 또한 투자주체별 및 투자형태별로 세부적인 해외증권투자를 분석한 후 주요 특징을 요약하였다.
1. 해외증권투자 현황 및 특징
가. 해외증권투자 규모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2023년말 기준 8,573억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이를 형태별로 구분하여 보면 해외주식이 6,235억달러로 전체의 72.7%를 차지하며 해외채권(2,338억달러)이 27.3%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이후 최근까지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전체 잔액이 증가하여 2015~2023년중 연평균 18.1%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해외증권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로 최근에는 그 규모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잔액(2023년말 9,520억달러)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에 달하였다.
대내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대내외 요인 변화에 따라 대체로 빈번한 유출입을 보여 온 반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2023년 기간 동안 연평균 기준으로 보면 전자의 경우 199억달러의 순유입을 보인 반면, 후자의 경우는 연평균 597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하여 해외증권투자 잔액이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가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규모를 조만간 상회
1)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해외증권투자 확대 요인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지난 15년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의 지속으로 국내 외환시장에 잉여 외화유동성이 늘어난 데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따라 투자자들의 해외증권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 필요성이 점차 커져 온 데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0년 이후 지속적인 큰 폭의 흑자를 보여 왔는데 2015년중에는 GDP대비 7.2%에 달하기도 하였다. <그림 Ⅱ-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을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비교해 보면 대체로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증권투자 규모 확대의 주요인이 되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의 경우를 보면 누적 경상흑자규모 대비 해외증권투자잔액이 91%에 달하여 최근 해외증권투자의 증가가 경상흑자의 누적 속도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점진적 하향세에 따른 국내 금리하락 등으로 국내 금융자산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것도 해외증권투자 확대 요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금리가 국내 금리를 상회하면서 해외채권투자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해외증권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주식의 경우에는 <그림 Ⅱ-4>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주가상승률이 국내 주가 상승률보다 높아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 유인도 강화되어 왔다. 즉 미국 다우지수는 국내 코스피 지수보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코스닥 지수보다 대체로 더 높은 연평균 상승률을 나타내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대내외 거시경제환경 변화를 감안하여 2015년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해외증권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한 것도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즉, 정부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통한 해외투자 시 주식 매매차익이나 평가차익, 그리고 환차익에 대해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2016년말과 2017년말 해외증권투자 잔액이 각각 전년 대비 29.5%와 39.3% 큰 폭으로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당시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 조치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 누증에 따른 환율하락 압력을 완화하고 해외 금융자산을 통한 이자 및 배당 소득 확대를 통해 투자수익률 제고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배경으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2. 투자 주체별 및 형태별 특징
이하에서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를 투자 주체별 및 형태별로 자세히 분석해 보았다. 국제투자대조표(IIP)에서는 우리나라 해외증권투자의 주체를 일반정부, 예금취급기관 및 기타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정부에는 중앙 및 지방 정부가 해당되는데 이에는 국민연금기금(NPS)을 포함하고 있다. 예금취급기관으로는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을 포함하며 기타에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의 비은행금융기관과 비금융기업 및 개인투자자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일반정부의 2023년말 기준 해외주식투자 잔액은 3,418.6억달러로 해외채권투자 잔액 293.9억달러보다 훨씬 큰 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의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이 매우 큰 데 주로 기인한다. 국민연금기금은 단일기관으로서 일반정부 투자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투자수익률 제고와 기금 전체의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을 위해 그동안 해외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즉, 2023년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전체의 31% 및 7%를 각각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에 투자하여 전체 해외투자비중이 38%를 나타내고 있는데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3,055억달러(394조원)에 달한다. 이는 일반정부의 82.2%, 우리나라 전체 해외증권투자 규모의 35.6%에 해당하는 큰 규모이다.
예금취급기관의 경우에는 대부분 해외주식보다는 해외채권 위주의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전체 투자규모는 2023년말 578.8억달러로 매우 작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은행금융기관이나 기업,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기타부문의 경우에는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해외채권보다 대체로 더 큰 데 기관별로는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Ⅱ-6>에 나타난 바와 같이 금융기관 중 전체 투자규모가 가장 큰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에는 2023년말 전체 투자잔액 2,626.8억달러 중 해외주식 비중이 69.2%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
2)에 나타난 우리나라 해외투자펀드의 유형별로 보면 2024년 3월말 기준 주식형이 전체 펀드의 85.0% 비중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다음으로 채권형(11.4%), 혼합채권형(2.1%), 혼합주식형(1.5%)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주식투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투자 규모가 꾸준히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중반경 정부의 해외투자 확대 방안(2007)에 힘입어 해외주식투자에 따른 양도차익 비과세 조치, 펀드판매가 가능한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 요건 완화 등의 조치에 이어, 2015년에는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투자 증가로 전환하기 위해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해외주식형 펀드의 환율변동분에 대한 비과세 조치 등이 시행된 데 힘입은 바 크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에는 자산운용사 다음으로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큰 데 이중 해외채권투자 비중이 전체의 87.1%에 달하여 자산운용사와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 저금리 기조에 따른 역마진을 완화하고 자산-부채 간 듀레이션 갭(duration gap) 축소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외증권투자를 확대해 왔다.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2015)」에서 보험사의 환헤지 투자자산의 듀레이션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외화자산 환헤지 관련규제를 개선
3)하고, 투자가능 해외채권의 범위를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외화채권으로 확대한 데 이어, 당시 30%로 제한하던 총자산 대비 해외투자한도를 조정
4)하는 등 다양한 정책방안을 포함함으로써 보험사의 해외증권투자 확대를 도모하였다. 다만, 2021년 이후 들어서는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환헤지비용 상승 등으로 국내 보험사의 해외채권투자 잔액이 다소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에는 전체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아직까지 100억달러 내외에 그치고 있어 여타 금융기관중 가장 규모가 작다. 이는 국내 증권사의 경우 투자 매매 및 중개를 본연의 업무로 영위하면서 자기자본을 이용한 해외투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2023년말경 800억달러에 육박함으로써 일반정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민간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말 7.3%에서 2023년말에는 20% 내외로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에 상관없이 금융시장 테마에 편승하여 일방향의 공격적인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 그 예로 2017년에는 한·브라질 조세조약으로 브라질 국채투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부여되면서 브라질 국채투자가 크게 늘어났으며,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증가, 그리고 2023년 이후 미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미국채 투자 증가 등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주 중심의 특정 종목(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구글 등)에 대한 투자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미국채 등에 대한 레버리지 ETF에 집중 투자하는 등의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행태와 급속한 투자규모 증가로 국내 환율상승 압력 등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해외증권투자의 주요 특징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 확대는 경상수지 흑자 누증에 따른 잉여 외화유동성에 기인하고 있는 바, 최근에는 누적 경상흑자 규모 대비 해외증권투자 잔액이 더욱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째, 일반정부의 해외증권투자 비중이 민간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며 최근 그 비중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일기관으로서 해외증권투자 규모와 비중이 압도적인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 증가 규모와 속도가 매우 빠른데 기인한다.
셋째, 투자형태별로는 국민연금기금,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환헤지를 고려하지 않는 해외주식투자 비중이 더 크며 최근 들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형기금들은 해외채권투자 시에도 원칙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물환시장의 수요압력을 더하고 있다.
넷째, 보험사의 경우에는 보험업권의 환리스크 관리를 위해 환헤지를 동반한 해외채권 위주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환헤지 비용의 상승 등으로 해외채권투자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의 경우에는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인데 은행의 경우에는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
다섯째, 최근 들어서는 금융시장 테마에 편승하여 공격적 투자성향을 보이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될 경우 외환수요 압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Ⅲ.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제III장에서는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투자에 대한 외환시장 영향을 현물환시장과 외환스왑시장으로 구분하여 실증분석하였다. 이는 주식 및 채권 등 자산군별로 환헤지 여부가 상이할 경우 환율 및 스왑레이트에 차별화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점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1. 이론적 경로
우리나라 거주자가 해외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에 사용할 외화를 조달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원화는 국제통화로서의 기능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원화를 대가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역내 서울외환시장을 통해 조달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역내 외환시장의 외환수요 압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역내 외환시장에서의 구체적인 외화 조달은 현물환시장을 이용하거나 외환스왑시장을 통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현물환시장을 이용하는 경우 원화를 대가로 미달러화를 매입하게 되므로 현물환율에 영향을 주게 되는 데 이 경우 투자자들은 보유한 외화자산의 가치가 환율 움직임에 따라 변동하므로 환리스크를 지게 된다.
반면 해외투자자가 환율변동 위험을 제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일정기간 동안 원화를 대가로 외화를 조달하는 외환스왑거래를 이용하게 된다. 즉, 투자시점에서 현물환을 조달하고 스왑계약의 만기 시에는 외환을 매도하는 buy&sell 스왑거래를 통해 환율변동 위험 없이 외화를 조달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외화조달에 따른 영향이 일차적으로 스왑레이트의 하락 압력으로 나타나며 이후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그 영향이 환율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외환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외환스왑시장으로 쏠릴 경우 현물환시장의 유동성 사정에도 변화가 일어나 현물환율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해외증권투자의 국내 외환시장 영향을 투자주체들의 환헤지 여부에 따라 그림으로 정리해 보면 <그림 III-1>과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주식과 해외채권투자 시 대체로 환헤지 전략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거주자의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시에는 대부분의 투자기관들이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6) 반면 해외채권투자 시에는 투자자별로 환헤지 전략에 차이가 있는데 국민연금기금이나 사학연금 등 대형기금들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대부분의 중소형 기금들은 완전 또는 부분 환헤지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환시장 영향에 있어서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해외주식투자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주로 환율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나 해외채권투자의 경우에는 스왑레이트나 환율에 미칠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다소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2. 선행 연구
해외증권투자 증가가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은 주로 환율수준이나 변동성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Chia et al.(2014)는 1981~2010년 기간중 선진국과 신흥국의 패널데이터를 이용하여 순대외자산(Net Foreign Asset: NFA)의 증가가 소비증가 및 실질환율 절상을 가져옴을 보였다. 즉, 이들은 GDP대비 NFA의 1표준편차 증가가 연간 0.2% 소비 증가와 2%의 실질통화가치 상승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영향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Lane & Milesi-Ferretti(2004)의 연구에서도 NFA의 증가가 실질환율 절상과 관련이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해외증권투자와 달리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나 수출입 등 경상계정을 모두 포함하는 NFA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어 해외증권투자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본고와 차이가 있다.
Kustina et al.(2024)는 해외증권투자 증가가 시장참가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쳐 환율 변동성에 영향이 있는지 분석하였다. 이들은 해외증권투자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오히려 불안심리를 낮추어 환율변동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주장하였다.
그 밖에 Vermeulen & de Haan(2014)는 금융시장이 발전할수록 NFA가 늘어나는데 순채권투자보다는 순주식투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주장하였다. Fogli & Perri(2015)는 1970~2012년의 기간중 OECD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내외 경제불확실성 증가가 거주자의 해외저축 증가를 가져오는데 해외투자에 대한 분석 시 자본유출입과 환율 간의 내생성이 중요한 것으로 주장하였다.
이승호·남재우(2019)는 2004년 이후 6개 선진국 및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해외증권투자에 대한 환헤지 영향을 분석하고 한국의 대외증권투자기관의 자산군별 환헤지 전략의 효율성을 분석하였다. 강태수·김경훈(2020)은 2000~2017년 기간중 18개 패널자료를 이용하여 환율과 스왑레이트의 내생성을 고려한 연립모형을 통해 외환시장 영향을 분석하였다. 실증분석 결과 해외채권투자 증가는 환율보다는 스왑레이트 하락을, 해외주식투자 증가는 환율상승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3. 실증분석
가. 실증분석 방법
본고에서는 선행 연구들과 차별적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를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으로 구분하고 각 자산군별 환헤지 전략이 상이한 점을 감안하여 외환시장 영향을 현물환율과 스왑레이트에 미치는 영향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환율 및 스왑레이트에 대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종속변수로는 환율 및 스왑레이트 각각을 구분하여 설정하였으며 설명변수로는 다양한 대내외 변수들을 포함하였다. 주요 대외변수로는 미달러화지수, MSCI 신흥국지수, VIX지수를, 대내변수로는 우리나라의 국제수지 통계상 경상수지, 거주자의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 투자자금의 유출입액,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자금 유출입액, 그리고 외평채 CDS프리미엄 등을 포함하였다.
7) 추정기간은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월별 데이터를 이용하였다. 가격변수는 로그(log) 변환하였으며 시계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위근이 있는 경우 차분값을 사용하여 추정하였다.
아울러 VAR모형을 이용하여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 투자 각각에 대해 환율 및 스왑레이트에 대한 충격반응(impulse response) 분석을 실시하였다. VAR모형은 환율 및 스왑레이트, 거주자의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 투자자금의 유출입액 등 네 변수로 구성하되
8) 회귀분석에서 사용한 경상수지, 미달러화지수, MSCI 신흥국지수, VIX지수 등 주요 설명변수들을 통제변수로 사용하였다. 또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증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보다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수준변수를 이용하였다.
나. 실증분석 결과
실증분석 결과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원화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III-1>에 나타난 바와 같이 환율변동 요인에 대한 분석결과 원/달러환율은 해외주식투자는 물론 해외채권투자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해외채권투자에 대해서도 환율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국민연금기금 등 대형 기금들이 해외채권투자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환헤지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중소형 기금들의 경우에도 외환스왑시장의 외환수요 증가가 현물환시장의 유동성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환율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밖에 원화환율은 미달러화지수와 MSCI 신흥국지수 등 국제금융시장 요인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에도 유의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9)
원/달러 스왑레이트의 경우에는 <표 III-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거주자의 해외채권투자 시 하락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환헤지 영향으로 외환스왑시장의 수요압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외주식투자의 경우에는 스왑레이트에 유의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밖에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VIX) 확대 시 스왑레이트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외환스왑시장의 수요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MSCI 신흥국 지수 상승 시에는 반대의 영향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그 밖의 설명변수들은 통계적 유의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회귀분석 결과의 강건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VAR모형의 충격반응함수 분석에서도 대체로 회귀분석과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10) 즉, <그림 Ⅲ-2>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원화환율은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는 물론 해외채권투자 증가 시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식투자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지속되는 반면 채권투자 시에는 대체로 3달 정도의 기간동안 유의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스왑레이트의 경우에는 해외채권투자 시 하락압력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해외주식투자 시에는 그 영향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외주식에 비해 해외채권투자 시 투자주체들의 환헤지 관행에 따라 외환스왑시장의 유동성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데 기인하는 결과로 판단된다.
Ⅳ. 시사점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해외증권투자의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고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였다.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 지속과 경제주체들의 투자수익률 제고 필요성에 기인하고 있다. 주요 특징으로는 국민연금기금 등 공적기관의 투자비중 확대, 상대적으로 큰 해외주식투자 비중, 보험사의 해외채권투자 감소와 은행 및 증권사의 투자 미흡, 최근 개인투자자의 공격적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에서는 해외주식투자 증가 시 원화환율 상승에 뚜렷한 영향을 주는 반면 스왑레이트에는 별 영향은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채권투자의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환헤지 관행에 따라 스왑레이트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원화환율에도 상승압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고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 규모 확대는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주체들의 적극적인 투자 증가의 결과로서 이미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과거와 같은 외환 부족국가나 외화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난 상황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거시경제운용이나 대외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적 외환보유액의 확충 노력보다는 민간 부문의 보유외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향후에도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에 따른 외환수요 증가로 원화환율의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증가가 환율 상승을 더욱 가속화시켜 물가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환율안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해외증권투자 확대 추세는 원화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머지않아 미국 통화정책이 완화적 기조로 변화될 경우 원화환율의 하락 압력을 완화하여 환율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증권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내 기관들은 해외증권투자시 외환의 매입 시기 및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요인에 기인한 원화환율의 일시적인 급등시에는 외화조달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여 투자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투자자금의 성격에 부합하는 환헤지 전략을 마련하여 효율적인 방식으로 외자조달과 위험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해외증권투자 확대는 대외금융자산의 축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수지 흑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외화유동성 사정 악화시 안전판 역할 등 거시적 차원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당국은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의 해외증권투자가 보다 효율적이고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자자의 외환매입이나 환전 또는 해외송금 등과 관련한 시장인프라나 제도적 개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주식을 제외한 확정 대외채권 및 대외채무만을 고려할 경우 우리나라는 이미 대외채권이 대외채무 규모를 상회하여 순대외채권국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2) 이에 관해서는 https://freesis.kofia.or.kr/ 참조하기 바란다.
3) 2017년 6월 이후에는 헤지기간에 상관없이 해외투자자산의 잔존만기 전체를 듀레이션으로 인정하고 있다.
4) 당국은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통해 해외투자한도를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5) 이에 관해서는 한국은행,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특징 및 평가’ 자료를 참조하기 바란다.
6) 이에 관해서는 이승호·장근혁(2023)을 참조하기 바란다.
7) 실제 추정에 있어 월별 국제수지 통계를 이용한 외환수급 데이터는 3개월 이동평균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월별자료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원화환율 변동이 당월의 외환수급 변동에 의한 즉각적인 영향은 물론 이전 기간의 누적된 영향이 아울러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였다.
8) 월별 자료를 이용한 VAR모형의 시차는 2를 적용하였다.
9) 원화환율 변동에 대한 추정식에서 결정계수(adj. R
2)가 다소 높은 것은 미달러화지수(△dxi)와 MSCI 신흥국지수(△msci) 두 변수에 대부분 기인하며 여타변수의 설명력은 높지 않았는데 이는 원화환율 변동이 주로 국제금융시장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10) 충격반응함수 추정 시 수준변수 대신 차분변수를 사용한 경우에도 분석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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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장근혁, 2023,『내외금리차 역전이 자본유출입 및 외자조달비용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3-24.
한국은행, 2024. 3. 14,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특징 및 평가, 한국은행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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