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자산유동화증권 규제체계 개선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이를 기초로 국내 자산유동화 제도의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과정에서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미흡한 규제가 금융위기를 증폭시킨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 자산유동화증권의 위험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공시체계가 마련되지 않았고, 자산유동화증권의 이해상충을 해결하는 장치가 도입되지 않았으며, 과도한 자산유동화를 억제할 수 있는 규제도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유동화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기구 및 주요국의 감독기구들을 중심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의 규제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바젤위원회, IOSCO 등에서 구조화금융에 대한 규제체계 개선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이 제시되었다. 미국의 도드-프랭크법(2010)에서는 구조화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SEC로 하여금 규제체계 전반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SEC는 자산유동화 공시체계 개선, 이해상충 해소를 위한 규제 도입을 추진하였다. 유럽은 EU Commission, European Banking Authority, EU Capital Requirement Directive 등에서 구조화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체계 개선을 추진하였다.
자산유동화증권의 공시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미국은 2014년 Regulation AB를 개정하여 자산 특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자산별 공시항목을 강화하였고, 일부 자산유형의 경우에는 세부적인 자산의 공시항목을 제시하였다. 또한 자산의 특성 및 거래참여자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신용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산과 유동화구조를 분석할 수 있도록 공시 내용의 일부를 바꾸었다. 유럽의 경우 자산유동화 거래구조와 특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거래 참여자 정보 제공을 강화하였고, 기초자산의 세부적인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특히 유형별로 자산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산공시항목 템플릿을 도입하였고, 자산의 신용도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자산 및 유동화구조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미국과 유럽의 자산유동화증권 공시체계 개선의 주요한 차이점은 미국은 소매금융부문에 한정한 세부 공시체계를 도입한데 반해 유럽은 다양한 자산에 대해 세부적인 공시 템플릿을 도입하고 특히 ABCP에 대해 공시항목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괄등록과 관련하여 미국은 구체적인 일괄등록의 절차와 등록 양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반해 유럽은 일괄등록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차이는 미국과 EU 간의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의 규모와 구조가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규제 방식에 있어서도 두 지역 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이나 신용파생상품과 같은 신용위험 이전거래의 경우 모든 신용위험이 투자자로 이전되면 자산보유자는 여신심사를 제대로 할 유인이 낮아지고,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대출을 통해 유동화 규모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며, 사후 관리 유인도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자산보유자가 적어도 5%의 위험보유를 강제하는 규제를 도입하였다. 세부적인 위험보유 규제방식에 있어서는 미국과 유럽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다양한 보유방식을 허용하였고, 특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주택담보대출, 상업용 부동산, 상업용대출 및 자동차할부 등의 적격 자산과 주택저당공사가 인수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해 위험보유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반면 유럽은 자산보유자가 적어도 5% 이상의 위험을 인수하였음을 확약한 경우에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보다 강화된 위험보유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유동화 익스포져 위험가중치 산정방식(바젤Ⅱ)은 외부신용평가기관 신용등급에 기계적으로 의존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있고, 신용도가 높은 유동화 익스포져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며, 신용도가 낮은 유동화 익스포져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기초자산의 신용도가 악화되면 요구자본량이 크게 증가하는 소위 절벽효과(cliff-effects)가 발생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젤Ⅲ에서는 외부등급 유동화 익스포져에 대하여 은행이 자체평가를 시행하도록 하였고, 신용리스크 경감 활동과 관련한 특정 단층효과를 제거하였으며, 복잡한 유동화에 대한 높은 필요자본량을 부과하는 기준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규제 강화는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규제 강화와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 하락의 영향으로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과 유럽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은 절반 정도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2015년 이후부터 미국의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유럽은 침체가 지속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이 침체된 원인 중 하나는 강화된 규제로 인하여 발행 비용이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 전역의 동일한 규제체계를 도입하고, 투명하며 표준화된 유동화(simple, transparent and standardized securitisation, 이하 STS유동화)에 대한 차별화된 규제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유럽은 STS유동화와 관련한 기본 개념을 정의하고, STS유동화 정의에 근거한 실행체계를 도입하였다. 한편 바젤위원회는 STS유동화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줄여주는 자본규제 체계를 도입하였다. 이는 단순하고, 투명하며, 표준화된 유동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위험이 적기 때문에 복잡한 증권화 구조에 비해 낮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STS유동화는 도입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았고, 아직까지 세부 실행방안이 정비되지 않아 도입 효과를 검토하는데 제약이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규제비용을 줄이고 투자자의 투자 유인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의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입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은 기존의 증권관련 법률 체계를 근거로 자생적으로 자산유동화증권 시장이 도입된 반면 한국은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법적ㆍ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고, 비교적 엄격한 규제체계를 도입하였다. 국내 자산유동화증권의 시장 구조에 있어서도 주요국과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은 다양한 목적으로 유동화증권이 활용되고 있고, 비교적 복잡한 구조가 도입되었으며, 신용위험 이전을 위한 유동화거래의 비중이 높다. 반면 한국은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한 유동화가 주로 이루어졌다.
주요국의 자산유동화 제도 개선에 대한 시사점도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여 검토되어야 한다. 한국의 자산유동화증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 개정의 방향은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되 다양한 유동화구조 도입이 가능하도록 시장제도의 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외국의 자산유동화 공시체계 개선 등을 검토하고 국내 자산유동화증권의 공시제도의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ABCP의 공시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단기적으로 ABCP 발행정보 제공시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요약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통합 정보제공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ABCP와 ABS를 포괄하는 증권화상품의 공시체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규제체계 변화에 대응하여 공시체계를 개선하고 자산보유자 이해상충을 해소하는 규제체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자산보유자 이해상충 해소를 위한 규제체계 도입에 있어서는 국내 자산유동화증권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에 근거하여 후순위 보유 규제의 도입 필요성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후순위 보유 규제를 도입하되,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